慶州경주의 천년 역사를 간직한 雁鴨池안압지 연꽃단지

  • 한국 곳곳에서 연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지만 연꽃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곳은 아마도 경주가 아닐까 싶다. 신라 천 년의 역사적 향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경주의 연꽃은 매년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경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신라 문무왕 때 조성된 인공연못인 안압지 옆에 조성된 연꽃단지는 그 중 백미다. 드넓은 대지를 수놓는 연꽃의 향연을 마주하노라면, 평온한 듯 역동적인 감정이 밀려드는데, 이는 바로 하얗게 또는 분홍빛의 독특한 모양으로 피는 꽃이, 크고 넓은 녹색 잎과 대조를 이루며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 안압지 연꽃단지
    ▲ 안압지 연꽃단지
    끝없이 펼쳐지는 안압지 연꽃단지에 서 있노라면, 연꽃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연꽃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우선 청정함을 들 수 있다.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으며 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물지 않고 그대로 굴러 떨어진다. 심지어 주변의 악취를 정화시켜주기까지 한다. 또 연꽃의 꽃잎은 모양이 둥글고 원만하며, 만개했을 때 색깔이 고와서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화평해진다.
  • 만개한 연꽃을 보기 위해선 해가 뜨기 시작하는 오전 10시부터 정오 쯤에 연꽃단지를 방문하는것이 좋다.
    ▲ 만개한 연꽃을 보기 위해선 해가 뜨기 시작하는 오전 10시부터 정오 쯤에 연꽃단지를 방문하는것이 좋다.
    연꽃의 끈질긴 생명력은 신비함마저 느끼게 해준다. 부드럽고 유연한 연꽃 줄기는 좀처럼 부러지지 않으며 그 씨앗은 3천 년의 세월이 지나도 꽃을 피운다고 하여 끈기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가 하면, 연꽃은 피는 동시에 열매가 맺히고 싹이 틀 때부터 다른 꽃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미를 발산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어떤 환경에서도 결코 물들지 않고 고고하게 자라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사람을 연꽃을 닮은 사람으로 비유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한국적 정서가 가득 담긴 연꽃은 어김없이 신라의 유적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527년에 법흥왕이 불교를 받아들이기 이전부터 신라의 옛 귀족들은 연꽃 무늬를 이용하여 수막새를 꾸몄으며, 평민들은 연꽃 모양으로 떡을 빚곤 했다. 흔히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현존하는 한국 최대의 종인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의 당좌도 연꽃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오늘날 까지도 연꽃은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연잎쌈밤 등 보양식으로 우리의 미각을 자극하기도 하고, 연잎차나 약재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또 연꽃 문양은 전통 한복에 여전히 즐겨 응용된다.
  • 안압지 연꽃단지는 안압지를 두고 좌우로 조성되어 있다.
    ▲ 안압지 연꽃단지는 안압지를 두고 좌우로 조성되어 있다.
    유적을 통해서 혹은 생활소품에 응용된 연꽃 문양이 더 이상 새롭지 않고 다소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드넓은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연꽃단지에 직접 가서 그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릴라치면, 연꽃의 큰 잎을 우산 삼아 머리 위에 쓰고 내달리는 아이들의 함박웃음에서 오랜 세월을 거쳐 한국인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버린 연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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