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안압지 등 연꽃단지 산책… 유적과 어우러져 환상적
ㆍ관광비수기 극복에 한몫
ㆍ관광비수기 극복에 한몫
경주 안압지 주변에 갖가지 색깔의 연꽃이 피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지난 3일 조명등 아래 비친 연꽃의 야경을 즐기고 있다. | 경주시 제공
경주시의 신라유적 중 물과 함께 있는 대표적인 유적지로 안압지(雁鴨池·사적 제18호)를 꼽는다. 안압지의 원래 이름은 임해전지(臨海殿址)다.
신라인들은 임해전이라는 전각을 세우고 주변에 연못을 만들었다. 연못 가운데에는 세 개의 크고 작은 인공섬도 조성했다. 이곳은 외국의 사신을 맞이하거나, 군신들의 연회 또는 회의 장소로 사용됐다. 안압지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연못에서 노닐던 기러기떼와 오리떼를 보고 붙였다. 호젓하고 편안한 곳이란 뜻이다.
안압지 주변에는 최근 한여름 현대인들의 지친 심신을 녹여주는 또 다른 아늑함이 생겼다. 바로 연꽃단지다. 경주시가 지난해 4만4800㎡에 조성한 꽃단지에 연꽃이 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4일 이 연꽃단지에는 분홍·하양·노랑 등 갖가지 색깔의 연꽃이 피고 있다. 고고하면서도 순수한 자태의 연꽃 사이로 난 산책길을 따라 가족 단위의 관광객과 연인들이 즐겨 찾고 있다.
사진동호인들의 발길도 잦다. 조성민씨(47·대구)는 “사진촬영이 취미인데, 안압지를 배경으로 찍은 연꽃사진을 집안에 걸어두고 내내 감상한다”면서 “꽃이 커가는 시기에 따라 수시로 안압지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철이라서 사진을 찍다 보면 송알송알 땀방울이 이마에 맺히지만 연꽃의 우아한 자태에 한여름 더위를 잊는다”고 덧붙였다.
경주 남산 서쪽의 서출지(書出池·사적 제138호) 주변에도 연꽃단지(1만3000여㎡)는 있다. 이곳은 정자와 어우러진 연꽃이 더욱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신라 무사가 연못에서 나타난 노인으로부터 받은 편지로 소지왕(신라 21대 왕)의 암살을 막았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서출지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산책하는 맛이 새롭다.
이 밖에도 통일전·황남동 등 경주 동부사적지 일원에도 연꽃이 피고 있다. 경주의 전체 연꽃단지는 6만6000여㎡나 된다.
김소미씨(38·경남 거제)는 “경남 함양의 상림원 옆에도 연꽃단지가 있어 가족들이 자주 놀러 가는데, 경주의 연꽃단지는 신라 유적과 어우러져 품격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휴가철 시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안압지 연꽃단지에서 오는 7일부터 9월 초순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연주회를 열기로 했다. 7일 첫 연주회에는 신라천년예술단이 대금·해금·가야금 등 국악 연주와 민요 공연, 7080라이브콘서트가 열린다.
다음달 6일부터 10일 사이에는 경주에서 열릴 ‘한여름밤의 꽃축제’에 맞춰 또 다른 연주회를 연꽃단지에서 선보인다.
“관광비수기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로 연꽃을 선택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꽃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