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千年古都천년고도 慶州경주로!



DAY1 천년 고도의 경주를 찾아서, 잠시 만난 울산
경상북도 경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통일국가인 신라의 고도이다. 방학을 이용해 경주로 여행을 갔다. 경주는 처음이었고, 한국사 공부 때 배웠던 것들을 차 안에서 곱씹어 보며 꼭 가봐야 할 만한 곳을 생각해보았다. 차를 타고 한참을 가다 경주 톨게이트를 지나는데, 전주 톨게이트처럼 우리나라의 한옥기와를 형상화 한 전통미가 무척 아름다웠다.


경주에 도착해 느낀 것은 하늘이 굉장히 가까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늘이 낮아서 구름이 손을 대면 잡힐 듯했다. 오랜 세월 한 국가를 지켜온 수도라서 이제는 조상들이 이 도시를 지켜주시는 것인지, 낮은 하늘이 마음에 쏙 들었다.



첫 날 일정은 근교 여행이었다. 경주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자마자 울산으로 출발했다. 약 40분~1시간 정도가 걸려서 도착한 곳은 대왕암공원이었다. 대왕암공원은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겠다고 하여서 바위섬 아래에 묻혔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대왕암공원 입구에는 용모양의 미끄럼틀이 있다.


대왕암공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나무가 우거진 거리를 한참 걷고 울기등대를 지나야 한다. 대왕암 공원은 조각칼로 깎아낸 듯한 큰 바위가 인상적이었다. 베이지색 암석은 동해안 푸른 바다와 잘 어우러졌다. 집에서부터 차를 타고 5시간 이동하며 제대로 된 끼니를 먹지 못했기 때문에 대왕암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양 옆 돌계단을 내려가 해산물을 먹었다.


아마도 해녀 할머니들이 직접 잡은 전복, 낙지, 멍게 등을 파는 듯했다. 대왕암공원에서 신기하다고 느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 곳에 서식하는 듯한 고양이이였다. 암석이 가파르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매우 좁으며 암석 사이의 거리도 꽤나 먼데, 고양이들이 암석 위에서 잠을 자거나, 암석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평온하게 잠을 자는 아기 고양이와 엄마 고양이를 보니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사방이 바다이다 보니 바람이 엄청 불거니와 햇빛이 뜨거워 눈을 뜨기도 힘들었지만 이 장소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면 계속 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DAY2 본격 경주역사문화명소 탐방!

다음 날은 경주 문화재를 둘러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간 곳은 불국사였다. 불국사는 통일신라를 대표하는 유명한 절이기 때문에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설레는 마음을 안고 불국사를 찾았다. 비성수기인데다가 평일이라서 그런지 국내 관광객은 많이 없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불국사를 둘러보며 받은 인상은 사람들의 염원이 많이 담긴 것 같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불국사에는 돌탑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그 소원을 빌고 간 사람들의 소원도 모두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나도 소원을 빌었다.




불국사의 불상들은 눈에 띄게 아름다웠다. 크기도 크기이지만, 정교하게 조각된 불상이 마치 진짜인 것만 같았다. 일반인의 세계와 부처의 세계를 이어준다는 청운교와 백운교도 구름다리처럼 아름다웠다.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향했다. 길이 꼬불꼬불 휘어 있어 차를 타고도 약 10분 정도가 걸렸다. 차에서 내리자 눈에 들어오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종인데, 이 종은 돈을 내고 칠 수 있다. 이 돈은 나중에 좋은 곳에 쓰인다고 해 나오는 길에 기꺼이 치며 소원도 빌어보았다. 석굴암에 입장하면 또 한동안 걸어 올라가야 석굴암을 볼 수가 있다. 올라가는 길에는 다람쥐가 엄청나게 많아 동생과 가는 길에서만 다람쥐를 12번이나 봤다.


그만큼 보존이 잘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숲의 공기를 마시며 올라갔다. 아직 7월이어서 그런지, 부처님 오신 날 걸어 놓은 듯한 색색의 등이 아름답게 걸려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낮은 하늘과 트여있는 시야에서 등이 하늘과 만나는 듯 보였다. 매우 아름다웠다.
과거 석굴암 내부를 개방했지만 문화재 보존 문제로 이제 더이상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유리 밖에서 구경했다. 굴의 내부는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다. 본존불의 미소는 온화했고 십일면관음보살상은 생생했다. 어쩌면 저렇게 생생하게 조각될 수가 있나, 조상들의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보문관광단지로 돌아가는 길에 담임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밀면식당에서 밀면을 먹기로 했다. 밀면은 냉면과 비슷한 시원한 면 음식인데, 경주에 오기 전까진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생소했다. 비빔밀면과 물밀면,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하나씩 시켰다.
밀면은 맛있었다. 본래 물냉면밖에 먹지 않는데, 밀면은 비빔밀면이 조금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에 가면 한번쯤 먹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신라 하대(下代)를 연 제38대 원성왕의 능인 괘릉(사적 제26호). 원성왕의 후손들은 왕위계승 전쟁을 벌여 신라 멸망의 원인을 제공했다. [사진=중앙포토]
그 다음은 괘릉으로 이동했다. 괘릉은 원성왕릉의 또 다른 이름인데, 무성한 소나무에 둘러 싸여 있었다. 왕릉에 가는 길에 석조물들이 있었는데, 석조물 또한 무척이나 멋있었다. 왕릉이라고 하니 엄숙한 마음이 들었고 또 돌사자상, 무인상 등이 그 엄숙함을 배로 만들었다.
보문관광단지로 간 뒤 자전거를 타고 시내의 역사문화명소를 둘러보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해서 오가는지 시내 명소 앞에는 자전거 대여소들이 많이 있었다. 자전거를 빌려 탄 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이었다.
경주 역사문화명소 매표소 옆 관광안내소 앞에는 경주역사문화탐방 스탬프 투어 종이가 있는데, 16곳의 스탬프 투어 마크가 표시된 장소에 비치되어있다. 스탬프 또한 예뻐서 실제 모습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대릉원은 신라시대 무덤군으로, 왕, 왕비, 귀족 등의 무덤 23기가 모여 있다. 고분의 이름을 지을 때는, 고분의 주인이 왕인 경우에는 능, 독특한 특징의 유물이 나오는 경우 유물 뒤에 총을 붙이며 이 두 가지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분을 붙인다고 한다. 무덤의 규모가 상당히 컸고, 높은 언덕같은 느낌이었다. 이 곳을 둘러볼 때도 구름이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손에 닿을 듯한 구름, 선홍빛 배롱나무꽃, 그리고 무덤의 조화가 상당히 아름다웠다. 천마총 내부에는 신라 시대의 장신구 등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극에서만 보던 것을 실제로 보니 무언가 좀 더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시내의 문화명소가 근접해 자전거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그렇게 덥지 않아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이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대릉원에서 교촌마을로 이동했다. 교촌마을 부근에는 박혁거세의 탄생 설화가 있는 계림, 신라시대 천문을 관측하던 첨성대, 신라의 연못이었던 동궁과 월지(안압지), 신라시대의 연회장소였던 포석정지 등이 모두 있다. 교촌마을에는 그 옛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최씨 고택이 있는데, 아무리 가진 것이 많더라도 베풀기 쉽지 않은데, 흉년이면 굶주린 백성을 위해 곳간을 열었다는 최씨 가문이 무척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경주 안압지의 야경. [사진=중앙포토]

첨성대는 상상만큼 웅장하지는 않으나 아기자기하고 귀엽게 생겼다는 인상을 받았다. 야경이 더 아름답다고 하는데, 밤눈이 어두운 우리는 끝내 찾아가지 못했다. 저녁 8시즈음 안압지로 출발했는데, 연못의 야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건물과 연못에 비치는 건물의 모습, 그리고 노란빛이 편안한 마음을 주는 듯했다. 연못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 걸을 수 있었는데 야경도 아름답고, 바람도 시원해서 정말로 좋았다. 저녁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연꽃도 많았는데, 이미 다 져버린 것인지 아니면 아직 피지 않은 것인지 화려하게 많이 피지는 않았으나 한 송이라도 아름다웠다.

DAY3 경주 주상절리와 시원한 해수욕
셋째 날은 천연기념물인 경주 주상절리에 갔다. 보문관광단지에서 꽤 멀지만, 가는 길이 매우 한적하고 나무가 우거져서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은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상절리의 종류도 다양했지만, 아름답기도 매우 아름다웠다.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가 많았는데, 마치 검회색 작품을 조각해 놓은 것 같았다. 흔들다리를 건너서 주상절리 둘레의 길을 한 바퀴 돌며 바다를 바라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름에는 바다를 빼놓을 수 없으니 오류 고아라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경주와 그 근처에는 해수욕장이 매우 많기 때문에 선택지가 다양해서 좋다. 지난해 방문했던 서해안의 해수욕장보다 물이 깊다고 생각했는데, 시기상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파랗고 깨끗한 물이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했다. 한적해서 좋았다.

안녕 경북! 또 만나요 경주
마지막 날에는 국립경주박물관과 분황사를 둘러보았다. 국립경주박물관에는 성덕대왕신종을 비롯해서 얼굴무늬수막새까지 많은 신라시대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불상도 엄청나게 많았는데, 그 크기도 레고 피겨 크기부터 웬만한 사람보다도 큰 크기까지 다양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성덕대왕신종을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롭고, 섬세하게 조각된 무늬가 아름다웠다. 안압지관, 특별전시관 등 전시관이 있어서 나름 서둘러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다 보는데 2시간이 넘었던 것 같았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또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며 시대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박물관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돌을 벽돌모양으로 다듬어 쌓은 모전석탑. 현재 남아있는 신라의 석탑 중 가장 오래되었다. [사진=문화재청]
분황사는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절로, 모전 석탑이 유명하다. 모전 석탑은 거대 건축물의 미니어처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석탑의 인왕상 등이 크기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분황사에 들어오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 옛날 원효대사가 밟았던 곳을 밟는다니, 시간과 장소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경주 황남빵이 유명하다고 해 유명한 황남빵집에 가서 빵을 사고 바로 포항으로 이동했다. 황남빵은 안에 팥이 들어있는데, 이 팥이 맛있고 우유와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

포항에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죽도시장이었다. 포항 죽도시장이 유명하다고 해 그곳 회시장에서 회와 대게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횟집 사장님이 추가로 나올 음식을 말씀해주실 때 개복치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아쿠아리움에서밖에 본 적 없는 개복치를 먹는다니 어떻게 먹는지,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실제로 죽도시장을 둘러보니 개복치를 파는 상점 앞에 커다란 개복치 두마리가 있었는데, 수족관에서 보았던 것하고는 다른 느낌이었다. 개복치를 먹는다는 것은 포항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 마냥 신기했다. 고래고기도 팔았지만 도전해 볼 용기가 나지 않아 시도해보지는 못했다.

배를 어느 정도 채운 뒤 포항 호미곶으로 이동했다. 호미곶은 바다 가운데 손 모양의 조각상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손은 육지에도 있는데, 상생의 손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나와 바다 옆을 걷는데도 상생의 손이 보이지 않아서 잘못 온 건가 싶었지만, 도로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니 상생의 손을 만날 수 있었다.

현대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손이었는데, 각 손가락에 새가 모두 앉은 순간을 포착해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인간의 조각물이 생태계를 파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들이 앉아 갈 수 있는 곳도 된다는 것에 왠지 마음이 찡했다.

이번 경주 여행은 옛 신라시대의 유물과 문화명소를 둘러보며, 역사에 대해서 더 나아가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사 공부를 할 때 선생님께서 지루하지 말라고 알려주시는 이야기 조각들이 모두 생각났다. 성적만이 아니라 우리의 뿌리가 담겨 있기 때문에 역사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만약 아직 떠나지 못한 휴가가 남아 있다면, 천년의 고도 경주로 떠나 보는 것이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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