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옥정(茶屋町) 2, 기온(祇園)의 신바시(新橋)와 하나미코지(花見小路)

교토는 두말할 것 없이 일본 최고의 아름다운 도시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무려 14개나 보유한 천년의 전통 있는 도시일 뿐 아니라 문화예술적 향기가 도시 전반을 감싸고도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런 교토여행의 중심지는 단연 기온(祇園)거리이다.
기온을 중심으로 교토에는 6개의 하나마치(花街)가 있다. 하나마치란 옛 유곽(遊廓)거리를 말한다. 하나마치가 현대적으로 변모한 번화가들이 교토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교토의 향기는 긴카쿠지(銀閣寺)를 비롯한 세계문화유산 뿐만 아니라 기온을 중심으로 한 하나마치 거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도 그랬다면 여행객들은 단지 오래된 문화유산만 견학하고 떠나는 재미없는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하나마치의 전통이 살아 있기 때문에 교토는 며칠 낮밤을 보내도 지겹지 않다. 낮에는 문화유산이 있고, 밤에는 전통과 문화를 가진 넓은 도심에 여행객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거리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교토 기온신바시토리
기온의 현재 이름은 야사카진쟈(八坂神社)이지만 전통적으로 기온이라 불려왔으므로 신사 앞의 거리는 여전히 기온거리라고 불린다. 기온의 한자는 우리말로 읽으면 ‘기원’이라고 읽힌다. ‘祇’는 흔치 않은 글자다. 한자사전을 찾아보니 ‘귀신 기’라고 나온다. 더욱 더 찾아들어갔더니 불교 등의 종교가 정립되기 전에 민중들이 믿어왔던 ‘신(神)’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기온은 불교가 도입되기 이전의 신과 부처를 통합시킨 신불통합의 신앙의 장소다. 일본에만 있는 것이 부처의 나라 인도에서부터 전해지고, 우리나라의 절 이름 중에도 더러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대부분 기원정사(祇園精舍)라는 이름인데, 인도로부터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교토의 6대 하나마치 중에는 야사카진쟈의 문전(門前)거리인 기온거리를 둘러싼 기온코부(祇園甲部)거리와 교토 중심을 가로지르는 카모가와(鴨川) 건너편의 폰토쵸(先斗町)거리가 가장 크고, 나머지는 야사카진쟈 뒷편의 기온히가시(祇園東), 기온코부 아랫편의 미야가와쵸(宮川町), 교토 서북부의 카미시치켄(上七軒)과 서남부의 시마바라(嶋原)로 이루어진다.
그중에 기온코부는 크게 북쪽의 기온신바시토리(祇園新橋通)와 남쪽의 하나미코지토리(花見小路通)로 나뉜다. 신바시토리에서 시조대교(四条大橋)로 카모가와를 건너면 바로 강 건너에 폰토쵸가 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여행객들이 교토에서 보내는 낮 시간을 14개의 세계문화유산이 담당한다면, 그들의 밤은 신바시토리, 하나미코지, 폰토쵸가 담당한다.
교토 하나미코지토리
문화유산들을 구경하고난 뒤 어두워질 녘에 먼저 하나미코지토리로부터 발길을 시작해보자. 그러면 아직도 짙은 화장을 한 일본전통의 게이샤들이 전통복장을 차려입고 요정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하나미코지토리는 요정들이 더러 운영되고 있다. 물론 지금은 매춘이 이뤄지진 않는다. 술과 요리, 그리고 샤미센을 타는 게이샤와 마이코가 멋진 밤을 선사한다. 길을 따라 나란히 홍등이 밝혀진 하나미코지토리의 황홀한 광경을 뒤로 하고 시조대로(四条大路)를 건너면 신바시토리이다. 크지 않은 하천을 끼고 버드나무가 우거진 거리에 목조건물들이 나란히 섰다. 오리지널 전통적 풍경이다. 현재 신바시토리가 정부로부터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받아 있고, 하나미코지 지역은 특별수경지구(歴史的風景特別修景地区)로 지정되어 있다.
신바시토리에서 강을 건너 폰토쵸로 들어서면 더 이상 일본이 아니다. 일본을 넘어선다. 폰토쵸거리는 국제적인 선술집 거리이다. 세계 각국의 청장년 여행객들이 좁은 골목을 빼곡히 오가며 술집을 드나든다. 온갖 콘셉트의 이자카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유럽식 음식점, 그리고 사케로부터 꼬냑까지 분위기는 온통 선술집 분위기인데 인테리어와 메뉴와 수준을 꽤 알차다.
폰토쵸의 불은 꺼질 줄 모르고, 시조대교 아래의 카모가와 수변구역에는 젊은 길거리 악사들의 구성진 노래로 온 하늘에 낭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어쩌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유곽거리의 역사, 그것을 철거하지 않고 살려내어 이렇게 현대적인 낭만으로 탈바꿈시킨 매력, 그것이 바로 교토의 힘이었다.
양평시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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