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리 교토 여행 계획 짜고 있었어."
한창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요즘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이 생각났다. 최근에 간 지방 출장에서도 직장 선후배들과 이 방송을 보고 난 뒤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소설가, 물리학박사, 맛칼럼니스트, 예술인, 전 장관이자 지식소매상 작가까지. 서로 다른 분야의 `잡학박사`들이 수다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이 너무 신선했고 부러웠다. 나란 사람이 가진 경험과 지식으로 저런 그림을 만들려면 대체 얼마나 삶을 치열하고 진지하게 빚어내야 할런지 좀 자신이 없어지기도 할 정도로 말이다.
한국인으로서 "경주가 최고지!"라고 하고 싶은 맘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교토가 더 보존도 잘되어 있고 유적지로서의 가치도 더 큰 것이 사실이야"란 의견도 적잖이 접했으므로. 진짜는 어떨지, 그리 긴 여행 일정은 아니었지만 궁금하긴 했다.
"인구가 다는 아니지만, 경주는 30만 정도로 중소도시인 반면 교토는 140만명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
"오빠, 일본과 우리나라의 총 인구 수 차이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은 1억2000만명이 넘잖아."
"아 그렇지. 네 말이 맞아."
여행일정을 짜면서 이런 저런 거 공부해보는 여행 전 단계에서, 교토로 여행갈 때 한국에서 미리 구매해두면 좋을 것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직장인 여행의 기본은 준비하기 복잡하고 어려운 것, 귀찮은 것은 최대한 배제하면서 좋은 건 쏙쏙 뽑아먹을 수 있는 여행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 미리 준비하면 좋은 포켓와이파이
요즘은 외국에 가서 국제전화는 필요없어도 데이터는 꼭 써야 하니 로밍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그거 좀 아껴보겠다고 며칠 동안 `와이파이 난민`이 되어 보면...
"진짜로 짜증이 나지."
"어, 복창 터져 진짜.(웃음)"
이럴 때 준비해 놓을 것은 `포켓와이파이`다. 이름이 와이파이긴 하지만 진짜 와이파이를 쫓아 다니면서 연결해주는 기기는 아니고, 일본 현지 이동통신망 신호를 Wi-Fi로 변환해 주는 라우터다.
생긴 것이 앙증맞고 귀여운 한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라 간편하다. 우리 부부의 경우 그냥 소셜커머스 사이트 같은 데서 하루 4000원 조금 안되는 것을 구입했다. 유럽이나 미국이랑은 다르게 일본은 저 정도 비용에 데이터 완전 무제한이라서 더 마음에 든다. 미리 예약하고 공항에서 수령한 뒤, 여행 마치고 공항에서 반납하면 된다.
"비싼 로밍 대용으로, 여럿이 한 대를 나눠 쓸 수도 있어서 매우 경제적인 것 같아."
"그래, 내가 아는 내 와이프는 이런 거 아끼는 데서 정말 큰 희열을 느끼는 여자지..."
"어 맞아. 어떻게 알았어?"
경주와 교토, 두 도시 모두 대부분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고대와 중세의 천년을 이어 온 수도란 공통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땅만 파면 자꾸 유물이 나와서 공사하려고 삽만 펐다 하면 중단되는 것까지 닮았다.
또 그래서인지 두 도시 모두 공항이 없다. 교토는 국제선인 경우 오사카에 위치한 간사이공항을 통해 들어가야만 한다.
"철도 덕후다운 답변이네."
간사이공항에서 교토로 직행하는 JR(철도회사 이름) `하루카특급열차`는 그래서 사는 건데, 승차권을 일본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어차피 살거 귀찮고 줄 서야 돼서 시간이 걸려서 그렇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미리 사면 좋다. 그냥 포털사이트에 `간사이 교토 하루카` 이런 걸 검색하면 편도가 약 1만5000~1만7000원 선에 판매되니까 이것을 사면 된다.
요즘은 웬만하면 여행책 없이도 해결되는 부분이 많지만 교토는 워낙 유적이 많은 곳이라 쇼핑과 맛집보다는 어느 곳에 어느 명소가 있고 어떤 유적지가 있는 것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맛집이야 가서 음식 먹고 "맛있다" 하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비해, 이러한 유적지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가기 전에 공부도 하고 우리나라 역사와의 연관성도 생각해보고 우리에게 주는 의미도 생각해봐야 여행 갔을 때 더 크게 와 닿는 것이 많은 법이다.
깊은 내용의 책을 돌파하면 좋겠지만 그럴 여력은 없어서, 우리 부부는 `두꺼운 건 극혐(극도로 혐오)`이라는 남편의 지론대로 3~4일 여행용 1만원 미만의 얇은 교토 가이드북을 샀다. 블로그나 인터넷에서 찾는 정보가 약간 단편적이고 흩어져 있다면 이렇게 인쇄되어 있는 책은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 그리고 서두에 알쓸신잡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남편은 약간(감히 이런 말 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지식소매상 유시민 작가님과 살짝 비슷한 면이 있어 스스로 항상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다.
뭔가 소재 거리를 하나 던져주면 이야기보따리처럼 여행 스폿에 들를 때마다 관련된 내용이 말로 줄줄 나오는데, 가이드북으로 읽은 것과 평소 지식이 짬뽕이 잘 되는 것 같아 참으로 신기한지라, 그런 `썰 아닌 썰(?)`들을 이번 교토 여행에서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기억날 때마다 소개해 드릴까 한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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